농사가 어려워요



농사가 무척 어려워요. 고추농사를 예로 들면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토양소독제, 퇴비와 비료, 지줏대 등 재료비, 각종 해충과 질병 퇴치용 농약, 결속기 구입 등 들어가는 비용이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인근비는 논외로 하구요. 수확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해서 농사 지어 살아갈 수 있을까요? 자식 낳아 공부시키고, 농사를 직업으로 하는 농부로서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나도 농부의 자식으로서 이것이 내내 마음 속의 숙제입니다.
농업이 없는 인류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요? 쌀, 보리, 밀, 콩, 옥수수 등 우리의 생존에 필수인 이것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삽니다. 또 농업이 갖는 환경적 가치는요? 그래서 농민의 수당이 필요합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농업이기에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공무원에게 급여를 주듯 농민에게도 급여가 필요합니다. 농민으로서도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자동차와 TV는 없어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쌀과 밀이 없다면 살 수 있을까요? 기후위기로 극단적 흉년이 도래한다면, 또 어떤 국가가 식량을 무기로 활용한다면, 인류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엽적인 전쟁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제지요.
나는 우리 동시대인만이 아니라, 미래세대를 포함한 지구 생태계 모두가 지속가능하기를 바랍니다. 쉽지 않은 문제라 늘 고민입니다.
농사 중에서도 나에겐 고추농사가 늘 어려웠어요. 탄저병에다 온갖 해충에다, 그것을 극복하고 온전한 농사를 한 번도 지어본 적이 없습니다. 예전 추억을 반추하면 아버지, 어머니가 농사 지으시던 그 시절에는 병충해가 그다지 심했던 것 같지 않거든요. 올해는 김장과 양념용 고추수확은 가능할지 모르겠군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