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문 자리

새끼염소 생명을 구하다

산해정 2021. 1. 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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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일 오후 아내와 아들과 함께 봉하마을 봉화산 등산을 했다. 산에서 내려오던 길, 화포천 방향 봉하마을 입구 삼거리에서 염소 등을 키우는 농장이 있다. 어린 염소새끼 울음소리가 들려 지켜보던 아들 한빛이가 염소우리에서 갓 태어난 염소새끼를 발견했다.

들여다 보니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뿔이 달린 숫염소가 새끼염소를 지키면서 다른 염소들의 새끼에 대한 접근을 막고 있었다. 어미염소의 접근까지 막고 있었다. 어미의 엉덩이에는 탯줄인지 태반인지가 달려 있었고, 젖도 퉁퉁 불어 있었다. 어미가 새끼를 핥아주고 젖을 먹여야 되는데, 어미의 접근까지 막고 있으니 낭패였다.

농장에 주인은 없었다. 연락처를 찾아도 찾을 길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산불지킴이 아저씨를 발견하고 자초지종을 얘기했더니, 농장주인은 연초 여행을 떠난 것 같다고 하면서, 봉하마을엔 누군가 아는 사람이 있을 거라며 오토바이를 타고 봉하마을에 가서 사실을 알렸고, 조금 지나자 아주머니 한 분이 오셨다.

한빛이의 도움을 받아 먼저 새끼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어미염소를 새끼와 함께 있게 하려고 어미염소 몰이에 나섰다. 아주머니 혼자 어미염소를 붙들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끈을 구해 매듭을 지어 한빛이가 어미염소 몰이에 나서 겨우 어미염소를 포획할 수 있었다. 안전하게 어미염소와 새끼염소를 별도의 공간에 분리 수용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영하의 날씨에 하마트면 생명을 잃을 뻔했던 애기염소의 생명을 구한 의미있는 정월 초하루였다. 새해 첫날 우리는 또 이렇게 시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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