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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앵두 익는 계절이다. 이를 귀신같이 알고 해마다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직박구리와 산까치가 떼를 지어 몰려온다. 익는 족족 물앵두의 과육을 벗겨먹는다. 이들이 다 먹기 전에 발갛게 익은 물앵두를 따서 맛을 본다. 아직은 시큼달콤하다. 녀걱들은 사람을 겁조차 내지 않는다. 내가 물앵두나무 아래에 잠시 기다려 보니, 인근 나무가지 위에서도, 지붕 위에서도, 또 전깃줄 위에서도 호시탐탐 내가 사라지길 기다린다. 어차피 사람이 새를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매년 새들에게 빼앗겼기에 올해도 아쉬운 마음에 물앵두 나무 아래서 잘 익는 물앵두 몇 개를 따서 맛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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