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아마도 3일) 전, 집 뒤 대나무 밭에서 개소리가 났다. 어떤 이가 개를 데리고 과수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어제도 밤에 대나무 밭에서 개소리가 났다. 윗집 강소장이 산 쪽에 개를 묶어 둔 줄 알았다.
그런데 어제 윗집 강소장님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그 때 들은 얘기가 집에서 키우던 개 한 마리가 줄을 단 채 집을 나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개는 영리하기에 집을 나갔더라도 돌아오는데,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는 걸 보니, 누군가가 개를 붙들어 둔 모양이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 밤 또 대나무숲 쪽에서 개소리가 났다. 이상했다. 바깥에 불을 밝히고 인기척을 냈다. 크게 짖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강소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대나무숲 쪽에서 견기척이 났다고 알렸다. 그랬더니, 강소장은 이상하다? 지금 껏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없는데, 내일 확인을 해봐야 되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와 아내의 직감이 그런 건 아닌 듯했다. 생명인데, 내일까지라니..... 벌써 3일을 굶었으면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데.....
서둘러 작은 전등을 켜고 강소장님네로 향했다. '당장 확인해 봅시다. 큰 전등 없소?' 없다고 했다. '빨리 가 봅시다.' 내가 강소장을 재촉했다. 작은 전등에 불을 밝히고 강소장을 앞세워 견기척이 나는 대밭으로 향했다. 아내가 '쯧쯧'하고 인기척을 보내니, 크게 짖는 개소리가 들렸다. 강소장님은 우리 개는 그렇게 크게 짖지 않는데, 아마도 다른 개인 것 같다고 했다.
가까이 접근해 인기척을 내니, 개는 큰 소리로 짖었다. 불빛을 비추니 개의 두 눈이 새파랗게 불을 켠 듯했다. 불빛을 비추어 확인해 보니 집 나간 강소장님의 개임이 확인되었다. 대나무 그루터기에 개 줄이 묶여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다행히 개의 상태는 건강해보였다.
그동안 배고프고 두려웠던 것일까? 주인이 가도 움직이길 거부했다. 겨우 안아서 대밭에서 나와 집으로 데리고 왔다. 아내가 우유를 준비해 왔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 치웠다. 그리고 강소장님이 개밥을 가져다 주니, 이 역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처음 발견했을 때에는 개 뱃가죽이 등짝에 붙어 있는 듯했다.
그런데 아내는 평소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흩날리는 개털을 삻어한다. 하지만 위기에 처한 생명에 대한 애틋함이 있는 듯했다.
오늘 오후 윗집 강종래 소장님이 꽃바구니 하나를 배달해 왔다. 오늘이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28주년이다. 점심 때 콩국수 한 그릇을 함께 나누며, 그 얘기를 했더니 이렇게 결혼기념일 꽃바구니를 배달하게 한 것이다. 괜히 이야기해 부담을 드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무튼 감사하다. "100년 부부,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라는 문구화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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