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11. 22:32 시가 머문 자리
유기견 요크셔 테리어
오늘 사전선거를 마치고 창원 대산면 대영식당에서 순두부로 점심식사를 하고, 인근 아울렛거리에서 애견숍을 찾았다. 애완견 사진을 보여줬더니, 강아지 품종이 요크셔테리어(애칭 요키)라고 했다.
유기견이며, 그간 살핀 강아지의 특성을 얘기했더니, 혹시 주인이 잃어버렸을 가능성도 있다며, '강사모'라는 사이트도 알려주었다. 또 인근 금병공원에서 강아지를 찾는 포스터가 전봇대에 붙여진 것을 보았다고 했다.
우리가 강아지를 기를 형편이 안돼 유기견 센터에 연락을 취하려고 한다 했더니, 그렇게 하면 주인을 찾는 공고를 한 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안락사를 시킬 수도 있다고 했다. 마음이 복잡해졌다.
사실은 애견숍을 찾은 것은 주인을 찾거나 하기 전까지 먹일 강아지 사료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애견숍 주인이 며칠 분의 사료를 그냥 주었다. 동물병원을 가면 만일 칩이 몸속에 있을 수 있기에 강아지의 이력을 알 수도 있으니 주인을 찾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애겹숍을 나왔다.
그리고 바로 금병공원을 찾았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저수지를 한바퀴 돌아서 강아지를 찾는 포스터를 확인했다. 주인이 찾는 강아지의 품종은 요키가 맞았다. 하지만 우리집 강아지는 암컷인데, 잃어버려 찾는 강아지는 수컷이었고, 모습도 달랐다. 실망이었다.
다시 아들 한빛이가 어제밤에 강아지를 발견했던 장소에 갔다. 밤이라 확인하지 못했던 강아지에 대한 작은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한가닥 희망을 품고서.
강아지를 발견한 장소에는 빈박스가 하나 덩거마니 남아있었는데 아무런 쪽지도 없었다. 빈 박스는 농업용 전동분무기 박스였다. 강아지는 의도적으로 유기된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다시 맘이 무거워졌다. 강아지에 대한 안스러움이 밀려들었다.
집에 돌아온 아들 한빛이는 강아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다녀오더니 강아지 몸속에는 칩이 들어있지 않다고 했다. 동물병원 수의사에게 사연을 얘기했더니 강아지를 좋아하는 이를 찾아보겠다고 해서 한가닥 희망을 갖고 기다리고 있다. '강사모'에도 바로 등록이 되지 않는다고 해 그것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유기되기 전까지는 주인으로부터 구박을 받으면서 자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다.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잘 따랐으며, 사람의 말귀를 잘 알아듣는 것을 보면 주인의 사랑을 받았으며, 주인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일어났었다는 추측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들은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집을 떠나야 하기에 강아지를 기를 수 없다. 전원주택에 생활하는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를 분양하겠다고 해도 번번히 거절했던 사연이 있다. 나는 어린 시절 어미소와 송아지의 강요된 이별의 슬픔과 아픔을 경험했기에 결코 그러한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것이 나의 결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든지 떠나고 돌아오고 싶은, 또 무엇으로부터도 구속당하고, 무엇이라도 구속하기 싫어하는 나의 성정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유기견 요키로 인해 슬프고 아프다. 요키가 안스럽고 또 슬프고 아프다. 요키가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기를 마음으로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