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집 건너편, 나무를 타고 올라갔던 칡넝쿨이 죄다 말라죽었습니다. 하늘에서 드론이나 헬기로 제초제를 뿌린 것처럼 말이지요. 지금까지 이런 모습은 처음 봅니다.

올해는 장마가 무척 긴 편이었습니다. 장마가 끝난 후 지금까지 폭염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건너 편 산의 저 모습이 그 증거입니다. 매일같이 행정기관에서는 폭염경고를 발령합니다.

텃밭의 농작물도, 정원의 나무들도 폭염에 온몸을 비틀며 견뎌보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안스러워 이틀에 한 번꼴로 지하수를 틀어 물을 줍니다. 그렇게 근근히 생명의 끈을 이어갑니다.

정성들여 가꿨던 고추도 팥죽같은 땀을 쏟으며 따서, 깨끗이 씻어서 땡볕에 말리니, 마르는 것이 아니라 삶깁니다.

이렇게 만든 장본인인 인간이 생태계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짜낼 수 있는 지혜를 죄다 짜내어 비극으로 향하는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어 멈춰 세워야 합니다.

정확하게 나는 1991년 대학원 박사과정에 들어가서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법을 전공해 환경법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법과대학에 환경법이 교과목으로 개설된 대학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였습니다. 환경법으로 밥 먹고 살 수 없을 것이라 여겨 모두들 환경법 연구에 무관심할 때입니다.

그런데 당시 환경문제는 진보 개혁 진영의 영역이었고, 이에 관한 연구는 거의 불모지였습니다. 반골기질이 강하고 늘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성정을 가진 나에게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흥미롭고, 즐겁고 행복감을 주는 영역이었습니다. 밥을 먹고 사는 문제와 학문연구를 결부짓고 싶지 않았습니다.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고, 연구한 내용들을 국가 사회에 실현하고자 환경운동 시민단체에도 적극 참여했습니다. 실천적인 지식인이고자 결심했던 다짐의 실현이었습니다.

당시에도 앞서 환경문제를 고민하고 연구하고 실천해온 학자들이나 운동가들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을 위해 지혜를 모아 실천하자고 외쳤습니다.

당시에도 앞으로 비극적 지구생태계의 위기가 도래할 것은 불문가지라 보았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도래하리라고는 미처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이젠 발등에 떨어진 불입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야 한다는 자세로 모든 인류가 지금 당장 나서지 않는 한 펄펄 끓을 불덩이 지구를 어떻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728x90

'환경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아깨비의 사랑  (52) 2024.08.05
기후위기의 몇 가지 징후  (62) 2024.08.03
산림치유지도사 2급 과정 강의  (67) 2024.05.24
환경법 수업  (72) 2024.05.22
안개 자욱한 양지마을  (34) 2024.02.15
Posted by 산해정

250x250
블로그 이미지
이 블로그는 민주주의, 지방자치와 분권, 그리고 환경과 생태를 중심으로 민주주의와 인간의 존엄성이 실질적으로 실현되는 국가와 사회를 희망합니다. 또한 나는 이 블로그를 일기장처럼 활용해 남기고 싶은 내용들을 기록합니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용하기 전에는 오마이뉴스 블로거로 활동을 해왔습니다만, 몇 년 전에 오마이뉴스는 블로그를 닫아서 무척 아쉬웠습니다. 그 때 이후로 세상에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 역시 영원하지 않을 것
산해정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5.1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