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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4.02.06 포카라 축제에 푹 빠지다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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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카라는 축제 중

 

1223일부터 시작된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촘롱, 밤부, 데우랄리, 그리고 최종 목적지였던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롯지까지 등정하는데 모두 45일이 꼬박 걸렸지만, 내려오는 길은 뱀부 롯지에서 1박을 하고 포카라까지 이틀밖에 걸리지 않았다. 올라갈 때는 오르막과 내리막길로 이루어진 가파른 돌계단길을 앞만 보고 걷다 보니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나라와는 지질이나 생태계가 어떻게 다른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하지만 내려올 때는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인지 많은 것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포카라 숙소인 마운트 카일라쉬 리조트 (Mount Kailash Resort)

포카라 숙소인 마운트 카일라쉬 리조트(Mount Kailash Resort)

 

12월 28일 포카라 숙소인 마운트 카일라쉬 리조트(Mount Kailash Resort)에 도착한 시간은 어둠이 내릴 즈음이었다. 숙소에 도착할 무렵 경찰들이 길을 막고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포카라는 축제(제25회 Pokhara Street Festival, 2023년 12월 28일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 중이었다. 운 좋게도 '가는 날이 장날'이 아니라, 오는 날이 축제일이었다. 트레킹을 하면서 숙식을 했던 롯지와는 달리, 쾌적한 호텔에서 더운 물로 마음껏 샤워도 할 수 있어 여독을 풀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바깥에서는 축제가 한창이어서 볼거리, 먹을거리조차 풍부하니 여행자로서는 축복의 시간이었다.

제25회 포카라 거리 축제

 

호텔 룸을 배정받아 여장을 푼 후 가이드와 포터를 포함해 우리 일행은 호텔 식당으로 모여 무사히 트레킹을 끝낸 기념으로 맥주와 소주로 건배를 하며 자축을 했다. 호텔 식사도 깔끔했다. 식사를 마치고 축제가 펼쳐지는 포카라 거리로 나섰다. 춤과 노래, 그리고 다양한 민속공연들이 펼쳐지는 포카라의 거리는 흥겨웠다. 춤과 노래에 흠뻑 젖어 신나게 축제를 즐기는 포카라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의 흥과 행복이란 국민소득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과 행복의 크기란 소득수준 순이 아니잖아요'라는 말은 분명 참의 명제일 것이다.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끝낸 일행들
포카라 시민들이 거리에서 춤을 추며 축제를 즐기고 있다.

 

한의사인 정흥식 원장님과 남편, 그리고 나는 민속공연이 한창 펼쳐지는 호텔 바깥 카페에 자리를 잡고 맥주와 안주를 시켰다. 트레킹으로 지친 몸이었지만, 이국땅에서 로또에 당첨된 것처럼 우연히 맞이하게 된 드문 기회를 그대로 날려버리면 왠지 억울할 것 같았다. 우리가 언제 또 거리의 축제가 벌어지는 이곳 포카라를 방문할 수 있겠는가

남편과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엇엔가 홀린 듯 노래와 춤과 흥겨운 민속공연이 이뤄지는 무대에 올라 포카라 밤의 축제에 푹 빠져들었다. 한데 어울려 춤을 출 때에는 그들과 내가 하나가 된 기분이었다. 이런 것이 바로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여유와 낭만, 그리고 특권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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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산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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