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20. 17:36 산해정의 농사일기
노동이라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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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전원생활을 하려면 일상의 일을 노동으로 생각하지 않고, 일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봄에 뿌려둔 당근이 풀섶에서 자랐습니다. 호미로 캐보니 3분의 1은 녹아내렸습니다. 장마가 지속되다 보니 이런 사단이 벌어졌습니다. 호미로 캘 때 지렁이가 많이 발견됩니다. 대충은 잡아서 닭에게 주었습니다. 닭들에게는 고단백 영양식이 되겠지요.
전원생활은 늘 이렇습니다. 상한 당근을 보면 농부의 맘은 편치 않습니다. 하지만 상한 녀석들은 땅에는 유기질 퇴비가 되어 땅을 거름지게 하고 지렁이의 먹이가 되겠지요. 그게 자연의 먹이사슬입니다.
당근을 깨끗이 씼어서 깨끗하게 다듬었습니다. 쥬스기에 갈아서 즙을 내면 세상에서 이렇게 상큼하고 맛있는 쥬스는 없을 것입니다. 농부의 수고와 자연의 힘이 어우러진 맛입니다.
아랫집 도연이 언니랑 고구마순을 따서 껍질을 벗겼습니다. 고구마순 김치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재료는 모두 스스로 만든 것들입니다. 마늘, 고추가루, 젓갈, 매실효소 등등 모두가 자급자족한 재료들입니다. 젓갈은 기장군 대변항에서 구입해 삭힌 젓갈입니다.
날씨가 너무 무덥거나 추울 때에는 닭들의 산란도 줄어듭니다. 거의 스무마리의 닭이 있음에도 요즘은 보통 하루에 5-7개 정도의 알을 낳습니다. 닭장도 뻘밭이 되어 계란도 엉망입니다. 깨끗이 씻었습니다. 물로 씼으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만, 뻘이 묻은 계란을 그대로 이용하기엔 무리일 듯해 깨끗이 씻습니다. 이런 일들은 전원생활에서는 일상입니다. 이러한 일글이 귀찮고 노동으로 여겨지는 분은 귀농, 귀촌, 귀어를 하기 전에 한 번 더 신중한 고민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